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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JOY LIFE/TASTY

풍천가 [서울 / 서초구 / 양재동], 장어구이

by 회색뿔 2017. 9. 29.

### 장어 숯불구이, 풍천가 양재 ###

항상 느끼는 거지만, 약속을 잡고 나면 어디서 만나야 할지 무엇을 먹어야 할지가 고민이 된다. 처음부터 뭐 먹자라고 정하고 만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만남은 그러하지 못하다. 오늘은 무엇을 먹어야 할지 고민하던 찰나, 요즘 '몸이 허하다'는 힌트로 도출된 오늘의 메뉴는 장어다. 얼마전에는 농담삼아 던진 '장어' 메뉴로 회식한 적이 있었는데, 오늘은 '허하다'는 말로 장어를 먹게 되었다.

메뉴는 정해졌고 그러면 장소가 문제다. 양재역 근처의 장어집을 찾아보니 익혀서 나오는 장어는 많다. 그냥 분위기가 살지 않는다. 다른 곳츨 찾는다. 양재 시민의 숲 근처에 숯불구이 집이 있다. 그런데 '회사'에서 이상하게 '양재시민의 숲'은 멀다. 아니 걸어가면 가까운데 대중교통으로 가면 멀다. 멀리 돌아 목적한 장소에 갈 수 있다. 몸이 허하신 분들을 이끌고 걸어서 이동하기로 했다. 모름지기 채울려면 비워야 하는 법이다.

소금구이와 양념구이 늘상 고민하게 되는 부분이다. 마치 자장면과 짬뽕의 관계처럼 말이다. 장어 소금구이 3인분을 주문한다. 장어는 소금, 양념 상관없이 28,000원으로 동일하다. 그리고 일반 장어 전문점에서는 볼 수 없었던 메뉴, 돼지고기와 소고기 메뉴도 있다. 근처 직장인들의 다양한 회식 메뉴를 반영한 결과일 것이다.

주문하고 얼마안되어 숯불이 나온다. 약간은 쌀쌀한 가을날씨인데도, 불이 나오니 후끈후끈 열기가 대단하다. 우선은 숯불에서 대만족이다. 화력이 적절하지 않으면 고기맛이 날아간다.

소금구이 3인분, 280g 이라고 적혀있는데, 아무래도 350~400g 사이의 장어를 손질하고 나면 살코기가 그정도만 남는거 겠지? 상추 무침과 명이나물 등 같이 먹으면 맛있는 것들을 시본 상차림으로 내어준다.

민물장어는 기름진 느끼한 맛 때문에 식사 중에도 질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곳은 초벌구이를 해서 기름을 어느정도 빼고 내어줘서인지 느끼하지 않고 담백하다. 양념 장어는 데리야끼 소스를 발라 나오는데, 매콤 달콤한 양념을 기대했다면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장어 상차림을 해주고 나면 이모님이 직접 나와서 고기를 저렇게 구워 주다보니, 고객인 우리는 먹기만 하면 되어서 편하다. 뜨거운 불위에서 손가락 솜털을 태우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다행인가?

요즘 여러 숯불구이집에서 명이나물을 추가로 주문하면 추가금을 요구하는 곳들도 많은데 여기는 명이나물을 원하는 만큼 계속 내어준다. 명이나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딱 좋은 기회이지 않을가?

게다가 이 곳은 천정이 높아서인지 이웃 테이블의 목소리가 직접적으로 들리지 않아 조용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이어갈 수 있어 좋다. 회사가 많은 곳 근처에서는 이웃 테이블의 소리가 직접적으로 들려 모임을 갖기 불편한 곳을이 많지만 조용한 식사를 원한다면 이곳을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풍천가 간판, 뒤로 현대와 기아자동차 간판이 보인다. 

※ 자비로 취식 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