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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 캠핑 미리 가보기 - 홍천 개야리 유원지.

by 회색뿔 2020. 7. 8.

  처음 홍천강을 가본 것이 언제 일가? 대학생이 갓 되었을 여름이었던 듯싶다. 아니, 로그를 검색해보니 2009년 여름이다. 내 로그가 이 블로그에 담겨 있으니 어떨 땐 좋기도 하고 어떨 땐 회상이 깨져버리기도 한다. 더 어릴 때 찾았을 거 같았는데, 생각보다 늦게 왔었구나 싶다.

  피라미 튀김이 먹고 싶다고 말하는 바람에 온 가족이 이 곳으로 왔다. 발의, 계획 수립, 추진 모두 필자다. 그런데, 십수 년 만의 강가 외출이라 이곳의 상황이 어떨지 몰라 먹을 것도 최소, 살림살이도 최소로 가져왔다. 가본 적이 없는 곳으로의 외출은 설렘 반 두려움 반 그리고 준비물 한 아름을 안게 되건만 우리의 짐은 마음을 몰라주듯 단출하다. 

오늘은 여기서 놀아보자.

  방갈로와 백숙이나 닭볶음탕을 파는 곳이 있으리라 하는 기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물론, 위성지도로 아무것도 없는 걸 확인했지만 굳이 가족들에게 위험성을 강조하지는 않았다. 그냥 조용히 최소한의 것들을 챙겼을 뿐...

  강아지도 있고하니 사람을 피할 요량으로 한참을 주변을 배회한다. 한참이나 돌아다닌 후에야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았다. 도착한 곳은 홍천강 변의 자갈밭이다.  하늘은 높고 적당한 구름에 맑은 물이 잔잔히 흐르는 곳이다. 튜브나 있으면 타고 놀고 싶건만 튜브를 타고 놀기에는 낯이 뜨거운 나이가 되었다. 초등학생 정도의 아이가 있으면 튜브 하나씩 채워 물놀이를 하기에 좋아 보인다. 다만, 물살이 세니 유의해야겠다.

큰비가 내리지 않아 이끼를 잔뜩 머금었다.

  물속도 한번 들여다보자. 올해 큰비가 내리지 않았을까? 돌은 이끼를 잔뜩 안고 있다. 사람이 찾은 지 좀 되었을까? 사람이 지나다녔다면 흔적이 남았을 만도 한데, 물속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물 밖은 말하지 않아도...

위치 : 강원 홍천군 서면 개야리 / 개야 강변 유원지 or 개야리 유원지

  우리 강아지들 2시간 가까이 차안에 갇혀 있기도 하고 주변에 아무도 없으니 잠시 내려주었다.  이내 몇 걸음 돌아다니더니 그새 지쳤는지 우리를 번갈아보며 무엇인가를 요구한다. 아마도 어서 앉아 쉴 자리를 만들라는 것이겠지?

쉬어갈 그늘을 만들었다.

  차에서 짐을 내리고 뚤딱뚝딱 자리를 마련한다. 코스트코에서 구매한 방수포를 깔고 돗자리와 무릎 담요 등을 놓아 그늘 자리를 만들었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이 누워있으면 등이 배긴다고 낫을 들고 와 풀을 베어 돗자리나 텐트 밑에 깔아주고는 하셨다는데, 이제는 내가 부모님을 위해 그러한 작업들을 해야 할 때가 된 거 같다

텐트를 치고 잠시 숨돌린 사이 해가 중천이다.

  흐릴 줄 알았던 하늘이 금세 개어 청량함을 더해준다. CORONA-19 바이러스 때문에 꼼짝 못 했던 시간들을 보상받는 느낌이다.

  그 사이 아버지는 어디서 구멍난 통발을 주워와 손보시더니 낚시 미끼로 준비한 구더기를 넣어 설치하러 물에 들어가셨다. 족대가격이 1만 원이라는 "말에 얼마나 잡는다고 1만 원이나 주고 사 그냥 가자!"라고 돌아서셨는데, 통발을 주워오시다니... 이렇게 즐거워하실 줄 알았으면 가게에서 물고기를 잡을 족대하나 통발 하나 사서 올걸 그랬나 보다. 지난 세월 사는 게 바쁘고 힘들어 이렇게 좋아하시는 것을 하지 못하신 듯하여 마음이 아파온다. 스스로 한 번씩 모시고 나와야겠다며 다짐한다. 

  이러면서도 아버지는 비오고 3~4일 뒤에 오자고 몇 번이나 당부하신다. 그래야 바닥도 깨끗해 미끄럽지 않고 고기도 많다면서 꼭꼭 당부하신다. 아마 다음 연차 사용하는 날은 비 오고 3~4일 후가 되지 않을까 싶다.

간식으로 토마토와 골드키위를 먹는다.

  물놀이를 하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 미리 근처 민박집에 주문해둔 닭볶음탕을 찾으러 간다. 전화로 미리 주문했더니 전화로 가지러 오라고 알려준다.

주변 민박에 주문한 닭볶음탕

  단체손님이 있는 민박집에 무리하게 주문해서 일까? 닭이 고무줄만큼 질기다. 백숙에나 어울릴 크기의 닭인데 살은 오리혀 적고, 반찬 또한 매운 것이 매운 고춧가루를 사용하는 집인가 보다 대충 허기만 달래고 그냥 다 돌려보낸다. 이게 60,000원 이라니 돈이 값어치를 잃는 순간이다. 준비해 온게 적으니 "어쩔 수 없다" 생각하고 다음번엔 믿고 거르리라 다짐한다.

다시 열린 강아지 수영교실, 포메라니안의 유전병인 슬개골 탈구를 겪어 수영이 좋은 운동이 되어주길 바란다.

  밥도 먹었으니 강아지 재활센터를 오픈한다. 우리 강아지 봄이는 선천성 슬개골 탈구로 골 두부분을 절개한 수술력이 있다. 때문에 무리가 되지 않게 뒷다리 운동을 자주 시켜주는 것이 좋다는데, 제대로 날 잡았다. 스트레스받지 않게 살살 물속에서 걷게 유도해 본다.

물고기를 잡아보자.

  낚시를 하려고 왔으니 시도는 해봐야지, 물이 얕고 물살이 새서 대낚시로는 힘들다. 그래도 몇번 던져보니 다행히 한 마리씩 나와준다.

얼굴을 보여준 꺽지와 피래미 다음엔 더 많은 친구들과 함께 하자.

  피래미와 꺽지 얼굴을 봤으니 다시 고향으로 보내준다. 피래미는 바늘을 깊게 삼켜서 살리기 어려울 수도 있어 보인다. 그래도 얼른 물에 담가본다.

  다음에는 견지대를 가져오던지 릴대를 가져오는 것이 낚시에는 더 적합해 보인다. 다슬기를 주으러 강을 오가는데 보인 누치와 모래무지도 다음에 만나기를 희망해본다.  

  낚시하고 나와보니 강아지들이 곤이 잠이 들었다. 아침부터 서둘러 왔으니 피곤할 만도 하다. 사람도 피곤한데 잠시 쉬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그러고 보니 올해 여러 이유로 캠핑을 하려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시설이 좋은 캠핑장을 사람이 많이 찾는다. 조용히 한적하게 가족끼리 놀고 싶은 마음이라면 이런 곳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캠핑은 기분 좋은 불편함이란 말도 있으니까 말이다.

- 남겨둔 것 없이 되가져왔습니다.